페스
페스 2026: 여행 전 알아야 할 것들
모로코 페스(Fes)는 마라케시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솔직히 말하면 마라케시보다 훨씬 깊은 여행을 할 수 있는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고, 중세 시대 그대로 보존된 메디나가 있고, 가죽 공장에서 천 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염색을 하고 있다. 관광객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날것의 모로코를 경험하고 싶다면, 페스가 정답이다.
한국에서 페스까지 직항은 없다. 인천에서 이스탄불(터키항공), 도하(카타르항공), 또는 파리(에어프랑스)를 경유해서 페스-사이스 공항(FEZ)으로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다. 터키항공이 가격 대비 가장 합리적인 편이고, 왕복 약 80만~120만 원($600~$900) 선이다. 카사블랑카로 들어와서 기차(ONCF)를 타고 페스까지 오는 방법도 있는데, 약 3시간 30분 걸리고 요금은 편도 약 2만 원($15) 정도다.
페스에서의 소통은 프랑스어와 아랍어가 기본이다. 관광지에서는 영어가 통하지만, 메디나 깊숙한 곳에서는 프랑스어가 훨씬 유용하다. 구글 번역기에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미리 다운로드해두자. 통화는 모로코 디르함(MAD)으로, 1디르함이 약 130원($0.10) 정도다. 환전은 공항보다 시내 환전소가 율이 좋고, 신한카드나 하나카드 같은 비자/마스터카드 기반 체크카드로 ATM 인출도 가능하다.
비자는 90일까지 무비자다. 한국 여권의 위력이 여기서도 빛난다. 다만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있어야 하니 출발 전에 꼭 확인하자. 여행자 보험은 필수는 아니지만, 메디나의 좁은 골목에서 발목이라도 삐끗하면 병원비가 걱정되니 가입을 추천한다.
페스의 동네들: 어디에 머물까
페스 엘발리 (Fes el-Bali) - 구 메디나
페스 여행의 핵심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다. 페스 엘발리 (구 메디나)는 9,000개가 넘는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처음 방문하면 반드시 길을 잃는다. 하지만 그게 페스의 매력이다. 이 지역의 리야드(전통 가옥을 개조한 숙소)에 묵으면 진짜 페스를 경험할 수 있다. 리야드 숙박비는 1박에 약 5만~15만 원($40~$110) 선이다. 단점은 택시가 진입할 수 없어서 큰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것. 숙소에 미리 연락하면 픽업 포터를 보내주는 곳도 있다. 주요 명소들이 도보 거리에 있어서 관광에는 최적이다.
페스 엘제디드 (Fes el-Jdid) - 신 메디나
페스 왕궁이 있는 지역이다. 구 메디나보다 도로가 넓고 정돈되어 있어서 처음 모로코를 방문하는 여행자에게 덜 부담스럽다. 유대인 지구(멜라)도 이 근처에 있고, 이븐 다난 회당도 걸어서 갈 수 있다. 숙박 가격은 구 메디나와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한 편이다. 구 메디나까지 걸어서 15~20분이면 갈 수 있어서 위치도 나쁘지 않다.
빌 누벨 (Ville Nouvelle) - 신시가지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건설된 근대적인 도심 지역이다. 대로변에 카페, 레스토랑, 은행, 슈퍼마켓이 줄지어 있고, 모로코에서 가장 서구화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힐튼, 소피텔 같은 국제 체인 호텔도 여기에 있다. 호텔 숙박비는 1박 약 8만~25만 원($60~$190). 에어컨, 수영장, 무료 와이파이 같은 편의시설이 필요하다면 이 지역이 맞다. 다만 메디나까지 택시로 10~15분 걸리고, 페스의 진짜 분위기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다.
부르드 노르 / 메리니드 언덕 주변
보르지 노르 (무기 박물관)와 마린 왕조 무덤 근처 언덕 지역이다. 숙소 선택지는 많지 않지만, 페스 메디나 전체를 내려다보는 뷰가 압도적이다. 일몰 때 이 언덕에서 보는 페스의 풍경은 여행 내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 근처에 부티크 호텔이 몇 군데 있는데, 조용한 환경을 원하는 커플 여행자에게 추천한다. 1박 약 10만~20만 원($75~$150).
아인 아즐리텐 (Ain Azliten) 지역
메디나 북서쪽에 위치한 주거 지역으로, 관광객이 거의 없는 현지인 동네다. 에어비앤비나 소규모 게스트하우스가 드물게 있고, 가격은 1박 3만~7만 원($20~$50)으로 매우 저렴하다. 현지 생활을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싶은 배낭여행자에게 적합하다. 다만 밤에는 골목이 어두울 수 있으니 여성 혼자 여행하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이모우저 칸다르 (Imouzzer Kandar) - 근교
페스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40km,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산악 마을이다. 페스의 열기가 싫다면 여기서 시원하게 며칠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자연 속 리조트에서 쉬면서 페스로 데이트립을 다니는 전략이다. 숙박비는 1박 약 4만~10만 원($30~$75). 렌터카가 있다면 추천하지만,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페스 여행 최적의 시기
페스는 내륙 도시라 여름이 정말 덥다. 7~8월에는 40도를 넘기는 날이 흔하고, 메디나 골목 안에서는 바람도 안 통해서 체감 온도가 더 높다. 한국의 찜통더위를 견딜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도 페스 여름에는 놀랄 수 있다.
최적 시기는 3월~5월, 그리고 9월~11월이다. 이 시기에는 낮 기온이 20~28도로 쾌적하고, 비도 거의 오지 않는다. 특히 4월은 주변 시골 지역이 초록빛으로 물들어 페스 근교 여행까지 하기에 좋다. 10월도 추천하는데, 여름 관광 시즌이 끝나서 숙소 가격이 내려가고 사람도 적어진다.
겨울(12월~2월)에는 낮에는 10~15도로 선선하지만, 밤에는 5도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리야드 숙소 대부분에 난방이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두꺼운 옷이 필요하다. 비가 오는 날도 있지만, 맑은 날이 더 많다. 관광객이 가장 적은 시기라 조용한 페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라마단 기간 주의: 2026년 라마단은 2월 중순~3월 중순쯤 예상된다. 이 기간에는 많은 식당이 낮에 문을 닫고, 현지인들의 일상 리듬이 바뀐다. 여행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점심 식사 장소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해가 진 후의 이프타르(단식 해제 식사) 분위기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페스 세계 신성 음악 축제(Festival of World Sacred Music)는 보통 6월에 열린다. 이 시기에 맞춰 간다면 전 세계의 음악을 페스의 역사적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숙소는 일찍 예약해야 한다.
페스 여행 코스: 3일에서 7일
3일 코스: 페스 핵심 완전 정복
1일차 - 메디나 서쪽과 남쪽
- 09:00 - 바브 부 젤루드 (블루 게이트)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페스 메디나의 상징적인 입구로, 파란 타일 장식이 인상적이다. 근처 카페에서 민트티 한 잔으로 워밍업.
- 09:30 - 부 이나니아 마드라사 방문. 14세기에 지어진 이슬람 신학교로, 정교한 목조 조각과 타일 장식에 감탄하게 된다. 입장료 약 2,600원($2).
- 10:30 - 다르 알마가나 (물시계)를 지나간다. 14세기 수력 시계 유적으로, 외부에서 관람 가능하다.
- 11:00 - 메디나 골목을 걸으며 폰두크 네자린과 네자린 목공예 박물관을 방문. 옛 대상 숙소를 개조한 박물관으로, 모로코 전통 목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옥상 테라스에서 메디나 뷰를 감상하자.
- 12:30 - 점심. 네자린 광장 근처에 현지 식당이 많다. 타진(약 5,200원/$4)을 추천.
- 14:00 - 알카라위인 모스크와 대학교. 859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대학교다. 비무슬림은 내부 출입이 불가하지만, 문 앞에서 안쪽의 아름다운 안뜰을 엿볼 수 있다.
- 14:30 - 알아타린 마드라사. 알카라위인 바로 옆에 있는 14세기 마드라사로, 젤리주(타일) 장식이 페스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다.
- 15:30 - 세파린 광장 (구리세공인 광장). 구리 냄비와 주전자를 만드는 장인들이 여전히 일하고 있는 살아있는 광장이다. 망치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진다.
- 16:30 - 다르 바타 박물관에서 모로코 전통 예술품 감상. 히스파노-무어 양식의 궁전 건물 자체도 볼거리다.
2일차 - 가죽 공장과 메디나 동쪽
- 09:00 - 슈아라 가죽 공장. 페스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하나다. 주변 가죽 가게의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게 가장 좋은 뷰인데, 가게 주인이 민트 잎을 줄 것이다 - 냄새가 상당히 강하니까 코에 대고 있자. 테라스 입장은 무료이지만 가게에서 뭔가 사라는 압박이 있을 수 있다. 꼭 사지 않아도 괜찮다.
- 10:30 - 물레이 이드리스 2세 영묘. 페스를 건설한 왕의 무덤이다. 비무슬림은 내부 출입이 불가하지만, 입구에서 안쪽의 화려한 장식을 볼 수 있다. 현지인들에게는 매우 신성한 장소이니 복장에 유의하자.
- 11:30 - 염색 구역(Dyers Souk)을 걸으며 알록달록한 실타래들이 건물 사이에 널려 있는 풍경을 감상한다.
- 12:30 - 점심. 탈라아 케비라(Talaa Kebira) 거리의 식당에서 쿠스쿠스(약 5,200원/$4)를 먹는다.
- 14:00 - 바브 프투와 바브 세마린 주변을 산책. 메디나의 다른 성문들도 각각의 매력이 있다.
- 15:30 - 즈난 스빌 정원에서 휴식. 메디나의 소음에서 벗어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공원이다.
- 17:00 - 마린 왕조 무덤으로 올라가서 일몰을 본다. 페스 메디나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뷰 포인트다. 택시(약 2,600원/$2)로 언덕 위까지 갈 수 있지만, 걸어 올라가도 20분이면 된다.
3일차 - 신시가지와 왕궁 지구
- 09:00 - 페스 왕궁 방문. 내부는 비공개이지만, 7개의 황금 문은 정말 화려하다. 사진 촬영 필수 스팟.
- 10:00 - 유대인 지구(멜라) 탐방. 이븐 다난 회당을 방문하고, 좁은 발코니 골목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살펴본다.
- 11:00 - 보르지 노르 (무기 박물관). 16세기 요새로, 모로코 역사 속 무기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 12:30 - 빌 누벨(신시가지)에서 점심. 모로코 음식에 질렸다면 피자나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다.
- 14:00 - 빌 누벨의 무함마드 5세 대로를 걸으며 쇼핑. 기념품보다는 현대적인 모로코 디자인 제품을 찾을 수 있다.
- 16:00 - 전통 함맘(목욕탕) 체험. 관광객용 함맘은 약 26,000원($20)~52,000원($40), 현지인용은 약 2,600원($2)~3,900원($3)이다. 현지인용은 비누와 수건을 직접 가져가야 한다.
5일 코스: 여유 있게 + 쿠킹 클래스
위 3일 코스에 추가:
4일차 - 모로코 요리 배우기와 수크 딥다이브
- 09:00 - 모로코 쿠킹 클래스(약 52,000원~78,000원/$40~$60). 숙소 리야드나 전문 요리학교에서 진행한다. 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사는 것부터 시작해서 타진, 쿠스쿠스, 파스티야를 만든다. 약 4시간 소요.
- 14:00 - 자유 시간. 메디나의 수크(시장)를 목적 없이 돌아다녀보자. 향신료 수크, 직물 수크, 도자기 수크 등 품목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 17:00 - 페스의 루프탑 카페에서 석양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
5일차 - 근교 여행: 메크네스 또는 볼루빌리스
- 08:00 - 데이트립 출발. 기차로 메크네스(40분, 약 2,600원/$2) 또는 택시를 대절해서 볼루빌리스 로마 유적(편도 약 13,000원~19,500원/$10~$15)으로 간다.
- 18:00 - 페스 복귀. 저녁은 특별한 레스토랑에서.
7일 코스: 완벽한 페스 마스터
위 5일 코스에 추가:
6일차 - 이프란과 중부 아틀라스 산맥
- 08:00 - 이프란(Ifrane)으로 데이트립. 페스에서 차로 1시간. 모로코의 스위스라 불리는 깨끗한 산악 도시다. 삼나무 숲에서 바르바리 원숭이를 볼 수 있다.
- 17:00 - 페스 복귀.
7일차 - 느긋한 마지막 날
- 09:00 - 놓친 명소 재방문 또는 쇼핑.
- 11:00 - 즈난 스빌 정원에서 마지막 산책.
- 14:00 - 숙소에서 체크아웃. 공항으로 이동(택시 약 19,500원/$15, 30분).
페스 맛집: 레스토랑과 카페
고급 레스토랑
Dar Roumana - 메디나 안에 있는 리야드 레스토랑으로, 모로코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가 나온다. 코스 요리가 약 52,000원~78,000원($40~$60). 테라스 석이 인기라 예약 필수. 외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페스 최고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The Ruined Garden - 이름처럼 폐허가 된 정원을 복원한 레스토랑이다. 나무와 꽃 사이에서 식사하는 분위기가 환상적이다. 브런치 메뉴가 특히 좋고, 1인당 약 19,500원~39,000원($15~$30). 채식 메뉴도 다양하다.
Palais Amani - 부티크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 안달루시아풍 정원에서 식사할 수 있다. 모로코 와인 페어링 디너가 특별 경험이다. 1인당 약 39,000원~65,000원($30~$50).
중간 가격대
Cafe Clock - 페스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 낙타 버거(약 10,400원/$8)가 시그니처 메뉴다. 매주 일요일 저녁에는 전통 이야기꾼 공연이 있다. 무료 와이파이도 빠르고, 한국인 여행자들도 종종 보인다. 빌 누벨이 아닌 메디나 안에 있다는 점이 좋다.
Chez Rachid -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가정식 레스토랑. 타진 한 그릇에 약 5,200원~7,800원($4~$6)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영어 메뉴는 없지만, 주방을 가리키면 오늘의 메뉴를 보여준다.
Restaurant Bouayad - 탈라아 케비라 거리에 있는 관광객 친화적인 식당. 세트 메뉴가 약 10,400원~15,600원($8~$12)으로 합리적이다. 옥상 테라스에서 메디나 뷰를 즐기며 식사할 수 있다.
저렴한 현지 맛집
탈라아 세기라(Talaa Seghira) 거리 노점 - 모로코식 샌드위치(보카디요)가 약 1,300원~2,600원($1~$2). 양고기 케밥이나 메르게즈(매운 소시지)를 빵에 넣어 먹는 건데,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바브 부 젤루드 근처 식당들 - 블루 게이트 앞 광장에 관광객용 식당이 줄지어 있다.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타진 약 5,200원~7,800원/$4~$6), 접근성이 좋고 영어 메뉴가 있다.
카페
Fez Cafe at Riad Idrissy - 메디나 안의 숨은 보석. 아름다운 안달루시아풍 안뜰에서 민트티(약 2,600원/$2)를 마시며 쉴 수 있다. 케이크와 패스트리도 맛있다.
Cafe Firdaous - 메디나 전경이 보이는 루프탑 카페. 커피 한 잔 약 2,600원~3,900원($2~$3). 일몰 시간대가 가장 인기다.
한식당은 페스에 없다. 가장 가까운 한식당은 마라케시나 카사블랑카에 있다.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를 대비해서 고추장이나 김 같은 간식을 한국에서 조금 가져오는 걸 추천한다. 컵라면도 은근 위로가 된다. 리야드 숙소에서 주방을 빌려 쓸 수 있는 곳도 있으니, 간단한 한식 재료를 챙겨오면 좋다.
꼭 먹어봐야 할 페스 음식
1. 파스티야 (Pastilla / B'stilla)
페스가 원조인 모로코의 대표 요리다. 얇은 페이스트리 반죽 안에 비둘기 고기(요즘은 닭고기), 아몬드, 계피, 달걀을 넣고 구운 뒤 슈가파우더를 뿌린다. 달콤하면서 짭짤한 조합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한번 맛보면 계속 찾게 된다. 한국의 궁중 요리처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약 7,800원~13,000원($6~$10).
2. 타진 (Tajine)
원뿔형 뚜껑의 도자기 냄비에 천천히 익힌 스튜다. 양고기+건자두+아몬드 조합이 가장 페스다운 맛이다. 닭고기+레몬+올리브 버전도 인기. 채소만 넣은 채식 타진도 있다. 한국의 뚝배기 요리와 비슷한 개념이라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약 5,200원~10,400원($4~$8).
3. 쿠스쿠스 (Couscous)
세몰리나로 만든 작은 알갱이에 야채와 고기를 얹어 먹는 모로코의 국민 음식이다. 전통적으로 금요일 점심에 먹지만, 식당에서는 매일 주문할 수 있다. 한국에서 밥이 주식이듯, 모로코에서는 쿠스쿠스가 그 역할을 한다. 약 5,200원~7,800원($4~$6).
4. 하리라 (Harira)
토마토 기반의 걸쭉한 수프로, 병아리콩, 렌틸콩, 고수잎이 들어간다. 라마단 기간 단식을 깨는 첫 음식으로 유명하지만, 일상적으로도 많이 먹는다. 추운 저녁에 한 그릇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한국의 된장국 같은 존재랄까. 약 1,300원~2,600원($1~$2).
5. 메르게즈 (Merguez)
양고기나 소고기로 만든 매운 소시지. 하리사(고추 페이스트) 때문에 매콤한데, 한국 사람에게는 참을 만한 정도의 매운맛이다. 빵에 끼워 먹거나 타진에 넣어 먹는다. 약 2,600원~3,900원($2~$3).
6. 므셈멘 (Msemen)
네모난 모양의 납작한 팬케이크로, 아침에 꿀과 버터를 찍어 먹는다. 길거리에서 즉석으로 구워주는데, 갓 구운 므셈멘의 바삭한 식감이 중독적이다. 한국의 호떡과 비슷한 느낌이다. 약 400원~650원($0.3~$0.5).
7. 르펍 (Rfissa)
축제나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므셈멘을 찢어서 렌틸콩 소스와 닭고기를 얹는다. 페누그리크 향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모로코 가정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약 5,200원~7,800원($4~$6).
8. 모로코 민트티 (Atay)
중국 건파우더 녹차에 신선한 민트잎과 설탕을 넣어 높은 곳에서 따르는 모로코의 국민 음료. 설탕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데, 덜 달게 해달라고 하면 된다. 카페에서 약 1,300원~2,600원($1~$2). 하루에 5잔 이상 마시게 될 것이다.
9. 셉바키아 (Chebakia)
참깨와 꿀로 코팅된 꽃 모양 과자다. 라마단 기간에 특히 많이 먹지만, 페스 수크에서 연중 구매 가능하다. 달콤한 간식으로 딱인데, 한국의 약과와 비슷한 달콤함이 있다. 100g에 약 1,300원~2,600원($1~$2).
페스의 비밀: 현지인 팁
- 메디나에서 길을 잃으면 내리막길로 걸어라. 페스 메디나는 언덕에 세워져 있어서 아래로 내려가면 결국 큰 길이나 성문에 도달한다. 진짜로 못 찾겠으면 아이들에게 바브 부 젤루드(블루 게이트) 방향을 물어보면 된다. 보통 5디르함(약 650원/$0.5) 정도 팁을 기대한다.
- 가이드 호객꾼을 조심하라. 메디나 입구에서 자칭 가이드가 말을 걸어온다. 공식 가이드는 목에 카드를 걸고 있다. 비공식 가이드를 따라가면 특정 가게로 데려가서 물건을 사게 하고 커미션을 받는 구조다. 거절할 때는 확실하게 말하자.
- 흥정은 제시 가격의 30~40%에서 시작하라. 메디나 수크에서는 흥정이 문화다. 처음 부르는 가격의 3분의 1에서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절반 정도에 합의하는 게 일반적이다. 웃으면서 즐기면 된다. 진지하게 사고 싶지 않으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좋다.
- 페스의 수도 사정은 좋지 않다. 수돗물은 마시지 말고 생수를 사서 마시자. 1.5리터에 약 650원~900원($0.5~$0.7). 샤워 수압이 약한 숙소가 많은데, 특히 저렴한 리야드에서 흔하다.
- 현금을 항상 소액권으로 준비하라. 모로코에서는 거스름돈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ATM에서 200디르함 지폐가 나오면, 슈퍼마켓에서 뭔가를 사서 잔돈으로 바꿔두자. 10디르함, 20디르함 지폐가 가장 유용하다.
- 모로코식 화장실(스쿼트 토일렛)에 대비하라. 관광지와 레스토랑에는 양변기가 있지만, 메디나 깊숙한 곳의 공중화장실은 좌식이다. 화장지를 항상 가지고 다니자. 유료 화장실은 약 130원~260원($0.1~$0.2).
- 사진 찍을 때 허락을 구하라. 특히 사람을 찍을 때, 그리고 가게 내부를 찍을 때. 허락 없이 찍으면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은 사진 찍힌 후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 짝퉁 가죽 제품을 조심하라. 슈아라 가죽 공장 근처에서 파는 가죽 제품 중 진짜 가죽이 아닌 것도 있다. 가죽 냄새를 맡아보고, 표면을 손톱으로 살짝 눌러봐서 자국이 남으면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 좋은 가죽 가방은 약 39,000원~78,000원($30~$60)이 적정가다.
- 라마단 기간에 공공장소에서 먹거나 마시지 마라. 비무슬림에게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현지인에 대한 예의다. 숙소 안에서 먹고 마시는 건 문제없다.
- 여성 여행자는 긴 옷을 입는 게 편하다. 의무는 아니지만, 무릎과 어깨를 가리는 옷을 입으면 원치 않는 시선과 호객 행위가 줄어든다. 메디나 안에서는 특히 그렇다. 히잡은 쓰지 않아도 된다.
- 기프트 숍에서 아르간 오일을 살 때는 식용과 화장용을 구분하라. 식용은 볶은 아르간 열매로 만들어서 진한 갈색이고 고소한 냄새가 나고, 화장용은 생 열매로 만들어서 연한 노란색이다. 진짜 아르간 오일은 250ml에 약 13,000원~26,000원($10~$20)이다. 그보다 훨씬 싸면 혼합유일 가능성이 높다.
교통과 통신
공항에서 시내까지
페스-사이스 공항(FEZ)은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15km 떨어져 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교통수단은 세 가지다:
- 그랑 택시(Grand Taxi): 공항 밖에서 잡을 수 있으며, 메디나까지 약 19,500원~26,000원($15~$20). 미터기 없이 정찰제이니 타기 전에 가격을 확인하자. 보통 메르세데스 벤츠 240D라는 클래식카를 탄다.
- 공항 버스(Bus 16): 약 2,600원($2)으로 가장 저렴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고 메디나 바로 앞까지 가지 않는다.
- 숙소 픽업: 많은 리야드에서 공항 픽업을 제공한다. 약 19,500원~32,500원($15~$25). 편리하고 안전한 옵션이다.
시내 교통
메디나 안에서: 차가 들어갈 수 없다. 걸어 다니는 수밖에 없다. 골목이 좁아서 자전거도 불편하다. 짐을 운반할 때는 당나귀가 여전히 사용된다. 골목에서 뒤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르면 당나귀가 오는 것이니 벽 쪽으로 비켜주자.
프티 택시(Petit Taxi): 시내 이동용 빨간색 소형 택시. 미터기가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안 켜는 경우가 많다. 타기 전에 가격을 정하거나, 미터기를 켜라고 요구하자. 메디나에서 빌 누벨까지 약 2,600원~3,900원($2~$3).
시내 버스: 약 520원($0.4)으로 저렴하지만, 노선도가 복잡하고 영어 안내가 없다. 구글맵에서 대중교통 경로가 잘 안 나오는 편이다. 추천하지 않는다.
인카(inDrive) 앱: 우버 대신 모로코에서는 인카를 많이 쓴다. 앱에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넣고,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기사가 수락하는 방식이다. 흥정 스트레스 없이 택시를 탈 수 있어서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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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ONCF): 페스 기차역에서 카사블랑카(약 3시간 30분, 약 19,500원/$15), 마라케시(약 7시간, 약 32,500원/$25), 메크네스(약 40분, 약 2,600원/$2), 탕헤르(약 4시간, 약 19,500원/$15)로 갈 수 있다. 1등석이 가격 대비 훨씬 편하다. oncf.ma에서 온라인 예매 가능.
CTM/수프라투르 버스: 기차가 없는 도시(쉐프샤우엔 등)로 갈 때 이용. CTM이 수프라투르보다 약간 비싸지만 더 쾌적하다. 쉐프샤우엔까지 약 4시간, 약 10,400원($8).
통신과 인터넷
SIM 카드: 공항이나 시내 통신사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Maroc Telecom, Inwi, Orange 세 회사가 있는데, Maroc Telecom이 커버리지가 가장 넓다. 데이터 10GB 포함 SIM이 약 6,500원~13,000원($5~$10). 여권이 필요하다.
eSIM: 한국에서 미리 eSIM(Airalo, Holafly 등)을 구매해오면 도착 즉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7일 3GB에 약 6,500원~13,000원($5~$10). 공항에서 숙소까지 네비게이션이 바로 필요하니 eSIM을 추천한다.
와이파이: 대부분의 리야드와 카페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속도는 한국 기준으로 느리지만, 카카오톡 메시지와 사진 전송은 문제없다. 영상통화는 좀 끊길 수 있다.
유용한 앱: 구글맵(오프라인 지도 다운로드 필수), Maps.me(메디나 내부 골목까지 표시됨), 구글 번역(아랍어, 프랑스어 오프라인 팩), 인카(택시), XE Currency(환율 계산).
페스는 누구에게 맞을까: 결론
페스는 편한 여행지가 아니다. 메디나에서 길을 잃고, 호객꾼에게 시달리고, 가죽 공장 냄새에 코를 막고, 흥정에 지칠 수 있다. 에어컨 잘 나오는 리조트에서 쉬고 싶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중세 시대로 타임슬립한 것 같은 골목을 걷고, 천 년 된 대학교 앞에 서고, 장인이 구리 냄비를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이름 모를 골목 식당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타진을 발견하는 경험은 페스에서만 가능하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여행자, 마라케시의 관광화된 분위기에 질린 사람, 진짜 모로코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페스를 강력히 추천한다. 3일이면 핵심을 볼 수 있고, 5일이면 여유롭게 즐길 수 있고, 7일이면 페스와 사랑에 빠질 것이다. 인생에서 한 번은 페스를 걸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