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시티
파나마시티 2026: 여행 전 알아야 할 것들
파나마시티는 중미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도시다. 마천루가 즐비한 스카이라인 뒤로 500년 된 스페인 식민지 유적이 숨어 있고, 세계 무역의 핵심인 파나마 운하가 도시를 관통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곳은 이미 유럽과 북미 디지털 노마드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물가는 동남아보다 약간 높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고, 무엇보다 미국 달러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환전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한국인 여행자에게 파나마시티가 매력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직항은 없지만 미국 경유로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LA나 휴스턴에서 환승하면 총 비행시간이 약 18-22시간이고, 가격도 왕복 100만원대면 충분하다. 둘째, 치안이 중미 국가 중 가장 안정적이다. 과테말라나 온두라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며, 관광지 중심으로 다니면 불안감을 느낄 일이 거의 없다. 셋째, 음식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고 맛있다. 세비체 한 접시에 2달러, 현지 식당에서 한 끼 5달러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넷째, 열대 우림과 카리브해 섬, 태평양 해변이 모두 당일치기 거리에 있다. 도시와 자연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이보다 완벽한 베이스캠프는 없다.
이 글에서는 파나마시티에서 실제로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관광 책자에는 나오지 않는 실전 정보를 정리했다. 어디에 머물지,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돌아다닐지, 그리고 한국인 여행자가 특별히 알아두면 좋을 팁까지 빠짐없이 담았다. 참고로 파나마시티는 줄여서 'PTY'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토쿠멘 국제공항의 IATA 코드이기도 하다.
지역 가이드: 어디에 머물까
파나마시티는 생각보다 넓고, 지역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숙소를 어디에 잡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이 크게 달라지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서울로 치면 종로, 강남, 홍대가 완전히 다른 것처럼, 파나마시티도 지역별 성격이 뚜렷하다. 각 지역의 특성과 예산대를 상세히 정리했다.
카스코 비에호 (Casco Viejo) — 1박 $80-200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이 복원되어 부티크 호텔, 루프탑 바, 아트 갤러리가 밀집해 있다. 파나마시티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지역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고 싶다면 여기가 정답이다. 좁은 골목 사이로 색색의 발코니가 늘어서 있고, 저녁이 되면 거리 음악가들의 라이브 연주가 울려 퍼진다. 다만 관광지 가격이 적용되어 식당과 바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30-50% 비싸다. 밤에는 활기가 넘치지만 한 블록만 벗어나면 어두운 골목이 나오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산타 아나(Santa Ana) 방면으로는 밤에 걸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주변 볼거리가 많아 걸어 다니며 관광하기 좋고, 해질녘 바다를 바라보는 루프탑에서의 칵테일은 잊지 못할 경험이 된다. 에어비앤비보다는 부티크 호텔이 많은 지역이며, 아메리칸 트레이드 호텔이나 라스 클레멘티나스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벨라 비스타 (Bella Vista) — 1박 $50-120
카스코 비에호와 신시가지 사이에 위치한 중간 지대로, 가성비와 편의성의 균형이 가장 좋은 지역이다. 칼레 우루과이(Calle Uruguay) 주변에 레스토랑과 바가 밀집해 있어 저녁 외식이 편하다. 이 거리는 파나마시티의 이태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탈리안, 일식, 중식, 인도, 페루,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의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메트로 역이 가깝고 우버 잡기도 쉬워 이동이 수월하다. 한국인 여행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지역으로, 에어비앤비 옵션도 풍부하다. 대형 슈퍼마켓 엘 레이(El Rey)가 도보 거리에 있어 간단한 장보기도 가능하고, 약국과 편의점도 곳곳에 있다. 치안도 파나마시티 내에서 양호한 편이며, 밤늦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현대적인 고층 아파트가 많아 에어비앤비 숙소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좋고, 수영장과 헬스장이 포함된 건물도 흔하다.
엘 칸그레호 (El Cangrejo) — 1박 $35-80
파나마시티의 숨은 보석 같은 지역이다. 현지인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동네로, 관광객 가격이 아닌 현지 가격으로 식사할 수 있다. 중국계, 인도계, 중남미 각국 이민자들이 모여 살아 다양한 음식 문화가 공존한다. 특히 비아 아르헨티나(Via Argentina) 거리에는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당이 줄지어 있다. 한식당은 없지만 중식당에서 밥과 볶음 요리를 먹으면 한식이 그리울 때 어느 정도 달래진다. 특히 'Don Lee'라는 중식당은 파나마 화교가 운영하는 곳으로, 볶음밥과 탕수육이 한국식 중화요리와 비슷한 맛이다. 장기 체류자나 배낭여행자에게 최적의 지역이며, 호스텔부터 중급 호텔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메트로 비아 아르헨티나역에서 도보 5분이면 대부분의 숙소에 도착한다. 아인슈타인 헤드 호스텔(Einstein Head Hostel)이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산 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 1박 $45-100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트렌디한 지역이다. 젊은 전문직 파나마인들과 외국인 거주자가 많이 사는 동네로, 분위기가 세련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독립 서점, 크래프트 맥주 바, 스페셜티 커피숍이 하나둘 생기고 있어 힙한 감성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매력적이다. 근처에 오마르 공원(Parque Omar)이 있어 아침 조깅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이 공원은 파나마시티 시민들의 대표적인 운동 장소로, 아침 6시부터 현지인들이 달리기와 요가를 한다. 공원 주변에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와 베이커리가 있어 아침 산책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기에 완벽하다. 벨라 비스타와 함께 한국인 여행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리한 지역이다. 슈퍼마켓 리바 스미스(Riba Smith)의 산 프란시스코 지점이 근처에 있어, 수입 식품 포함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푼타 파시피카 (Punta Pacifica) — 1박 $120-350
파나마시티의 강남이라고 보면 된다. 초고층 럭셔리 아파트가 줄지어 있고, 멀티플라자 몰(Multiplaza Mall)이 있어 쇼핑하기 좋다. 트럼프 오션 클럽을 비롯한 고급 호텔이 밀집해 있다. 바다 전망 에어비앤비에 묵으면 매일 아침 태평양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는데, 40층 이상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파나마 만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단점은 걸어 다닐 만한 식당이나 바가 적고, 모든 이동에 택시나 우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산이 넉넉하고 편안한 숙소를 우선시하는 여행자에게 적합하지만, 파나마의 진짜 매력을 느끼기에는 너무 격리된 느낌이 있다. 비즈니스 출장이라면 이 지역이 가장 효율적이다. 존스 홉킨스 국제 병원이 이 지역에 있어 의료 관광객도 많이 묵는다.
알브룩 (Albrook) — 1박 $25-55
알브룩 몰과 버스 터미널이 있는 지역으로, 파나마시티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을 수 있다. 도시 외곽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버스 터미널 접근성이 좋아 유리하다. 엘 바예, 콜론, 포르토벨로 등으로 가는 시외 버스가 모두 여기서 출발한다. 관광 명소까지는 우버로 15-20분 정도 걸리지만, 숙박비를 아껴서 음식과 액티비티에 투자하고 싶은 배낭여행자에게 현명한 선택이다. 알브룩 몰 자체가 중미 최대급 쇼핑몰이라 비 오는 날 시간 보내기에도 좋고, 영화관, 푸드코트, 환전소 등 편의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 다만 밤에는 주변이 한산하므로 늦은 귀가 시 우버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최적의 여행 시기
파나마시티는 열대 기후 도시로 1년 내내 덥고 습하다. 기온은 연중 28-33도를 유지하므로 '언제 갈까'보다 '비를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는가'가 핵심 질문이다. 한국의 사계절과는 완전히 다른 기후 패턴이므로, 옷 준비부터 일정 계획까지 달라져야 한다.
건기 (12월-4월): 최적의 시즌
맑은 날이 대부분이고 습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관광하기 가장 쾌적하다. 특히 1월과 2월은 하늘이 맑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야외 활동에 이상적이다. 세로 안콘 트레킹이나 아마도르 코즈웨이 자전거 투어 같은 야외 일정을 넣기에 완벽한 시기다. 다만 이 시기는 성수기이므로 숙소와 투어 가격이 20-30% 올라가고, 인기 있는 호텔은 한두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방이 없다. 산블라스 제도나 보카스 델 토로 같은 인기 목적지도 이 시기에 맞추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 겨울방학이나 설 연휴에 떠나면 딱 건기 시즌에 맞아떨어진다. 12월 말에서 1월 초는 파나마도 연말 휴가 시즌이라 현지인 관광객도 많지만,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어 활기찬 파나마를 경험할 수 있다.
우기 (5월-11월): 숨겨진 매력
매일 오후 2-4시경 열대성 소나기가 쏟아진다. 하지만 한국의 장마처럼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세차게 내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개인다. 오전에 관광하고 오후 스콜 시간에는 쇼핑몰이나 카페에서 쉬는 패턴으로 계획하면 문제없다. 우기의 장점은 숙소가 30-50% 저렴하고, 관광지가 한산하며, 열대 우림이 가장 푸르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메트로폴리타노 공원이나 소베라니아 국립공원의 초록빛이 가장 진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진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우기의 극적인 구름과 무지개가 오히려 더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준다. 비가 내린 후 도시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함께 보는 스카이라인은 건기에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한국의 여름 휴가 시즌(7-8월)은 파나마의 우기 한가운데인데, 가격이 저렴하고 관광객이 적어 오히려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카니발 시즌 (2월)
파나마의 카니발은 브라질 다음으로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월 중순부터 약 4일간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거리 퍼레이드, 라이브 음악, 물 축제가 밤새 이어진다. 특히 물 축제는 대형 소방차가 거리에 물을 뿌리고 사람들이 물총과 양동이로 서로에게 물을 끼얹는 독특한 전통이다. 파나마시티보다는 내륙 도시인 라스 타블라스(Las Tablas)와 페노노메(Penonome)의 카니발이 더 유명하지만, 파나마시티에서도 카스코 비에호를 중심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이 기간에 방문하면 파나마의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경험할 수 있지만, 숙소 가격이 2-3배 뛰고 교통이 마비되므로 최소 2-3개월 전에 모든 예약을 마쳐야 한다. 카니발 기간에는 현지인들도 쉬는 날이 많아 일부 식당과 상점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자.
한국인 여행자를 위한 팁: 한국에서 파나마까지는 보통 미국 경유로 최소 18-22시간이 걸린다. 시차는 한국보다 14시간 느리다(서머타임 없음). 긴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 5일 이상 일정을 잡는 것이 효율적이다. 12월 말부터 1월 초는 건기 시작과 한국 연말 휴가가 겹쳐 일정 짜기에 유리하다. 항공편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에서 LA 경유 코파 항공(Copa Airlines) 연결편이 가장 일반적이며, 코파 항공은 파나마 국적 항공사로 중남미 허브 역할을 한다.
일정: 3일에서 7일
파나마시티는 도시 자체의 볼거리도 풍부하지만, 주변 당일치기 목적지까지 포함하면 일주일도 부족하다. 아래 일정은 실제 동선을 최적화해서 구성했으며, 각 날짜별로 이동 시간과 비용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한국에서 긴 비행을 하고 도착하는 만큼, 도착 첫날은 시차 적응을 위해 가볍게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1일차: 카스코 비에호와 어시장
아침 9시에 카스코 비에호에서 시작한다. 플라사 데 라 인데펜덴시아(Plaza de la Independencia)를 기점으로 식민지 시대 건축물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 다닌다. 이 광장은 1903년 파나마가 콜롬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역사적인 장소다. 산호세 교회(Iglesia de San Jose)에서 유명한 황금 제단을 보는 것도 빠뜨리지 말자. 전설에 따르면 해적 헨리 모건이 파나마 비에호를 약탈할 때, 신부가 이 제단을 검은 페인트로 칠해 약탈을 면했다고 한다. 플라사 프란시아(Plaza Francia)에서 태평양 조망을 즐기고, 파나마 운하 건설 과정에서 희생된 프랑스 노동자들을 기리는 기념비도 둘러본다. 오전 산책에 2시간 정도 잡으면 충분하다.
점심은 메르카도 데 마리스코스(Mercado de Mariscos), 일명 어시장으로 간다. 카스코 비에호에서 우버로 5분이면 도착한다. 1층 노점에서 세비체 한 컵을 2-4달러에 사 먹는 것이 필수 코스다. 새우, 문어, 흰살 생선 등 종류가 다양하니 여러 개 시켜서 맛을 비교해보자. 해산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이곳에서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2층에는 좌석이 있는 식당이 있어 에어컨 아래에서 편하게 먹을 수도 있는데, 1층 노점보다 가격이 2배 정도 비싸지만 여전히 합리적이다. 참고로 이 시장은 아침 일찍 갈수록 해산물이 신선하고, 오후 3시 이후에는 정리를 시작하므로 점심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오후에는 신타 코스테라(Cinta Costera)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현대적인 파나마시티 스카이라인을 감상한다. 이 산책로는 약 6km에 걸쳐 있으며, 조깅하는 현지인들 사이로 걸으면 파나마시티의 일상을 느낄 수 있다. 중간에 어린이 놀이터, 운동 기구, 자전거 대여소 등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해질녘에 다시 카스코 비에호로 돌아와 루프탑 바에서 선셋 칵테일을 즐기면 완벽한 첫날이 마무리된다. 탄탈로(Tantalo) 루프탑이 전망으로 유명하지만, 줄이 길 수 있으니 6시 이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대안으로 라소테아(Lazotea)도 전망이 훌륭하고 분위기가 더 차분하다.
2일차: 파나마 운하와 자연
오전 8시에 미라플로레스 갑문(Miraflores Locks)으로 출발한다. 시내에서 우버로 20-25분, 비용은 약 5-8달러다. 입장료는 외국인 기준 20달러이며, 대형 선박이 갑문을 통과하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다. 이 경험은 유튜브로 보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수만 톤의 거대한 선박이 불과 몇 미터 폭의 수로를 지나가는 장면은 인간의 공학적 성취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선박 통과 시간은 매일 다르므로 공식 웹사이트에서 미리 확인하고 가면 좋다. 보통 오전 9-11시 사이에 네오팍스맥스급 대형 선박을 볼 확률이 높다. 4층 전시관도 잘 되어 있어 운하 건설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운하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영상은 한국어 자막도 제공된다. 최소 2시간은 투자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점심 후에는 메트로폴리타노 자연공원(Parque Natural Metropolitano)으로 이동한다. 시내 한복판에 열대 우림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약 265헥타르 규모의 이 공원에는 여러 트레킹 코스가 있으며, 세로 모노 틸리(Cerro Mono Titi)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파나마시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왕복 1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운이 좋으면 원숭이, 나무늘보, 투칸 새를 볼 수 있다. 특히 카푸친 원숭이는 꽤 자주 목격되는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모기 퇴치제를 꼭 챙기자. 입장료는 $5이며 가이드 투어도 예약 가능하다.
저녁에는 아마도르 코즈웨이(Amador Causeway)로 간다. 세 개의 섬(나오스, 페리코, 플라멩코)을 연결하는 도로로,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시간당 $3-5) 걸어서 이동하며 태평양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파나마시티 스카이라인과 미주의 다리(Bridge of the Americas)가 동시에 보이는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으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코즈웨이 끝에 레스토랑이 몇 곳 있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므로, 시내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 것이 경제적이다. 플라멩코 섬의 마리나에서 요트와 크루즈 선박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3일차: 파나마 비에호와 세로 안콘
아침에 파나마 비에호(Panama Viejo)를 방문한다. 1519년에 세워진 원래의 파나마시티 유적으로, 1671년 해적 헨리 모건의 침략으로 파괴된 도시의 잔해를 볼 수 있다. 입장료 15달러에 박물관 포함이며, 대성당 탑에 올라가면 현대 도시와 유적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카스코 비에호에서 우버로 15분 거리이며, 관람에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박물관에서는 파나마 원주민의 역사부터 스페인 정복, 해적 시대까지 시대순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파나마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침 일찍 가면 사람이 적고, 한낮의 더위도 피할 수 있다.
오후에는 세로 안콘(Cerro Ancon)에 오른다. 파나마시티에서 가장 높은 언덕으로 해발 199m에 불과하지만, 정상에서 360도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다. 한쪽으로는 파나마 운하와 미주의 다리, 다른 쪽으로는 카스코 비에호와 고층 빌딩 숲이 보인다. 걸어서 30-40분이면 정상에 도착하며,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가면 덜 덥다. 야생 동물도 자주 출몰하는데, 특히 아구티(대형 설치류)와 투칸 새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정상에 거대한 파나마 국기가 펄럭이는 모습은 사진으로 남길 만하다. 이 언덕은 미국이 파나마 운하 지대를 관할하던 시절 군사 기지가 있던 곳으로, 등반로 중간중간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무료 입장이며 별도 예약이 필요 없다.
3일 일정이라면 여기까지가 도시 핵심 코스다. 파나마시티의 역사, 현대, 자연을 모두 경험한 알찬 3일이 된다. 시간이 더 있다면 아래 일정을 추가하자.
4일차: 산블라스 제도 당일치기
카리브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산블라스 제도(San Blas Islands)는 파나마시티 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쿠나(Guna) 원주민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365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투명한 바닷물과 야자수 가득한 무인도 풍경이 마치 화보 속 장면 같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그 '완벽한 열대 섬' 사진의 상당수가 바로 이곳이다. 당일치기 투어는 새벽 5시에 출발하여 저녁 7-8시에 돌아오는 긴 일정이지만, 육로로 2시간 30분(비포장도로 포함) + 보트 20분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비포장 구간이 꽤 험하므로 멀미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투어 비용은 점심과 보트 이용 포함 $130-180 정도다. 점심은 보통 구나 원주민이 잡은 바닷가재나 생선구이가 나오는데, 신선도가 놀랍다. 스노클링 장비는 대부분 투어에 포함되어 있다. 한국인 여행자에게 특히 인기 있는 곳으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참고로 산블라스에는 와이파이나 전기가 없는 섬이 대부분이므로 보조 배터리를 꼭 챙기자.
5일차: 타보가 섬
산블라스가 너무 피곤했다면 5일차는 느긋하게 타보가 섬(Isla Taboga)으로 간다. 아마도르 코즈웨이에서 페리로 3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섬으로, 왕복 페리 비용은 약 20달러다. 페리는 하루 2-3회 운항하므로 출발 시간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Isla de las Flores(꽃의 섬)'이라는 별명답게 부겐빌레아가 만발한 아기자기한 마을이 있다. 해변에서 수영하고, 마을을 산책하며, 신선한 해산물 점심을 먹는 것이 전부인 완벽한 휴식의 날이다.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면 섬 전체와 파나마시티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포인트가 있다. 해변 근처 식당에서 먹는 새우 세비체와 차가운 맥주 한 잔은 이 날의 하이라이트다. 일요일에는 파나마 시민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붐비므로 평일에 가는 것이 좋다.
6일차: 엘 바예 데 안톤
파나마시티에서 서쪽으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엘 바예 데 안톤(El Valle de Anton)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사화산 분화구 안에 형성된 마을이다. 해발 600m에 위치해 파나마시티보다 5-7도 시원하고 쾌적하다. 파나마시티의 무더위에 지쳤다면 이곳에서 숨통이 트일 것이다. 알브룩 터미널에서 버스로 2시간 30분(편도 $4.25), 또는 우버로 1시간 30분($50-60) 정도 걸린다. 온천, 폭포 트레킹, 황금 개구리 관찰, 일요 시장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엘 마초 폭포(El Macho Waterfall)는 높이 35m의 폭포로, 옆에 설치된 짚라인을 타며 폭포 위를 날아갈 수도 있다. 특히 일요 시장에서는 현지 원주민 수공예품과 열대 과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 원주민이 직접 만든 소아베로 모자(Sombrero Pintao)는 파나마 전통 모자로 기념품으로 좋다. 반나절이면 주요 명소를 돌 수 있으므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면 된다.
7일차: 포르토벨로와 카리브해
마지막 날은 카리브해 쪽으로 나간다. 포르토벨로(Portobelo)는 파나마시티에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역사적인 항구 도시로,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요새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과거 스페인이 남미에서 약탈한 금과 은을 유럽으로 보내기 전 보관하던 곳으로, 해적들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았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산티아고 요새와 산 헤로니모 요새의 돌벽 사이를 걸으며 대항해 시대의 흔적을 느껴보자. 검은 그리스도상(Cristo Negro)이 안치된 교회도 방문할 만하며, 매년 10월에는 이 성상을 중심으로 대규모 순례 축제가 열린다. 요새를 둘러본 후 근처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투어를 이용하면 교통편과 점심이 포함되어 $80-100 정도다. 직접 가려면 알브룩 터미널에서 콜론행 버스를 타고 사바니타스(Sabanitas)에서 포르토벨로행으로 환승하면 된다.
맛집 가이드: 레스토랑
파나마시티의 식당 씬은 중미에서 가장 다채롭다. 길거리 음식부터 미슐랭급 파인다이닝까지, 예산과 취향에 맞는 선택지가 넘쳐난다. 파나마는 운하 덕분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코스모폴리탄 도시이고, 그 다양성이 음식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곳들을 중심으로 엄선했다.
저예산 ($3-8)
메르카도 데 마리스코스 (Mercado de Mariscos) — 파나마시티 방문 시 반드시 가야 할 곳이다. 1층 노점에서 세비체 한 컵 $2-4, 새우 꼬치 $3, 튀긴 생선 세트 $5-7에 먹을 수 있다. 신선도가 보장되고 양도 푸짐하다. 오전 11시-오후 1시가 가장 붐비지만 회전율이 빨라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세비체를 주문할 때 'picante'(매운맛)를 추가하면 한국인 입맛에 더 잘 맞는다. 현지인들은 소금 크래커를 세비체에 곁들여 먹는데, 한번 따라 해보면 의외로 잘 어울린다.
폰다 (Fonda) — 파나마의 백반집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지 식당으로, 밥 + 고기/생선 + 콩 + 플랜틴이 기본 구성이다. 한 끼 $3-5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엘 칸그레호 지역에 맛있는 폰다가 많다. 한국의 김치찌개 백반집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든든한 한 끼를 보장한다. 메뉴판 없이 그날의 메뉴를 구두로 알려주는 곳이 대부분이므로, 스페인어가 안 되면 구글 번역기를 활용하거나 주방 쪽을 가리키며 'ese(저거요)'라고 하면 된다.
엘 트라피체 (El Trapiche) — 파나마 전통 음식을 깔끔한 환경에서 맛볼 수 있는 체인 레스토랑이다. 산코초(닭고기 수프), 로파 비에하(소고기 볶음), 파타콘 등 대표 메뉴를 $8-12에 즐길 수 있다. 비아 아르헨티나에 위치한 지점이 접근성이 좋고, 에어컨이 잘 나와 더위를 피하기에도 좋다. 메뉴에 영어 설명이 있어 스페인어를 못해도 주문하기 편하다.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무난한 선택이다.
중간 예산 ($15-30)
라 풀페리아 (La Pulperia) — 카스코 비에호에 위치한 가스트로펍으로, 파나마 전통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문어 요리와 세비체가 특히 유명하며, 크래프트 칵테일의 수준도 높다. 칵테일 리스트에 파나마산 사탕수수 럼인 론 아부엘로(Ron Abuelo)를 사용한 창작 칵테일이 있는데, 한번 맛보면 다른 럼이 심심하게 느껴진다. 분위기가 좋아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예약 필수다.
라스 클레멘티나스 (Las Clementinas) — 카스코 비에호의 부티크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지중해와 파나마 요리를 결합한 메뉴를 선보인다. 식민지 시대 건물의 안뜰에서 식사하는 경험이 특별하며, 특히 주말 브런치 메뉴가 인기 있다. 에그 베네딕트와 파나마산 커피의 조합이 훌륭하다. 주말 브런치는 현지 외국인 거주자들로 항상 만석이므로 예약을 권한다.
라소테아 (Lazotea) — 카스코 비에호의 루프탑 레스토랑으로, 음식만큼이나 전망이 매력적이다. 해질녘에 방문하면 파나마시티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근사한 저녁을 즐길 수 있다. 타파스 스타일 메뉴라 여러 가지를 나눠 먹기 좋고, 와인 리스트도 중남미 와인 위주로 잘 구성되어 있다. 2인 기준 음식과 음료 포함 $60-80이면 충분하다.
파인 다이닝 ($40+)
마이토 (Maito) — 셰프 마리오 카스트레혼이 이끄는 파나마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라틴 아메리카 베스트 50 레스토랑에 여러 차례 선정되었다. 파나마 각 지역의 현지 식재료를 사용한 창의적인 요리가 코스로 제공된다. 산블라스의 해산물, 다리엔의 열대 과일, 치리키의 커피 등 파나마의 풍토를 접시 위에 담아낸다. 최소 일주일 전 예약 필수이며, 테이스팅 메뉴가 $65-85 수준이다. 파나마시티에서 특별한 식사 경험을 원한다면 이곳이 정답이다.
아사하르 (Azahar) — 카스코 비에호에 자리한 고급 레스토랑으로, 파나마와 일본 요리의 퓨전 메뉴가 특징이다. 한국인 입맛에 비교적 잘 맞는 곳으로, 해산물 위주의 섬세한 요리를 선보인다. 니케이(일본-페루 퓨전) 스타일의 요리가 많아 아시아 식문화에 익숙한 여행자에게 친숙하게 느껴진다. 분위기가 우아하고 서비스도 세련되어 있다.
게이샤 커피 체험 ($8+) — 파나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품종인 게이샤(Geisha) 원두의 원산지다. 이름은 일본 게이샤와 관계없이, 에티오피아의 게샤(Gesha) 지역에서 유래한 품종이 파나마 보케테(Boquete) 지역에서 재배되며 세계 커피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한 잔에 $8-15으로 비싸지만, 꽃향과 과일향이 어우러진 독특한 맛이 커피 애호가를 사로잡는다. 카스코 비에호의 바하레케 커피 하우스(Bajareque Coffee House)에서 게이샤 원두를 핸드드립으로 맛볼 수 있다.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에 익숙한 여행자라면 반드시 시도해볼 만하다. 원두를 선물용으로 구매할 수도 있는데, 250g에 $30-50 정도다.
꼭 먹어봐야 할 음식
파나마 음식은 스페인, 아프리카, 원주민, 카리브해 요리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가 의외로 많으니, 모험적인 마음으로 도전해보자. 밥을 주식으로 하고, 국물 요리를 좋아하며, 해산물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파나마 음식은 생각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세비체 (Ceviche) — 파나마의 국민 간식이다. 생선이나 해산물을 라임즙에 절여 양파, 고수와 함께 먹는 요리로, 한국의 회무침과 비슷한 상큼한 맛이다. 어시장에서 2달러면 한 컵을 살 수 있다. 코르비나(흰살생선), 카마론(새우), 풀포(문어) 세 종류가 기본이며, 매운 소스를 추가하면 한국인 입맛에 더 잘 맞는다. 특히 풀포(문어) 세비체는 쫄깃한 식감이 한국의 문어숙회를 연상시킨다.
산코초 (Sancocho) — 파나마의 설렁탕이라고 보면 된다. 닭고기를 쿨란트로(고수의 일종), 냐메(토란과 유사한 뿌리채소)와 함께 오래 끓인 수프다. 해장에 탁월하며, 파나마인들이 숙취 해소용으로 즐겨 먹는다.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이 현지인의 방식인데, 이 조합은 한국의 국밥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따뜻한 국물 요리를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파나마 음식이다.
파타콘 (Patacones) — 초록 플랜틴(요리용 바나나)을 납작하게 으깨서 두 번 튀긴 것으로, 한국의 감자전과 비슷한 바삭한 식감이다. 그 자체로 먹어도 맛있고, 세비체를 올려 먹으면 환상의 조합이 된다. 거의 모든 식당에서 사이드 메뉴로 주문할 수 있으며, 파나마 사람들에게 파타콘은 한국인에게 밥과 같은 존재다.
카리마뇰라 (Carimanola) — 유카(카사바)를 으깨서 고기를 넣고 튀긴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즐긴다. 하나에 $1-1.50 정도로 저렴하다. 한국의 고로케와 비슷해서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쇠고기(carne) 또는 치즈(queso) 필링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쇠고기가 더 인기 있다.
로파 비에하 (Ropa Vieja) — 'heun ot'이라는 뜻의 이 요리는 소고기를 잘게 찢어서 토마토 소스와 피망으로 조린 것이다. 이름의 유래는 고기가 찢어진 모양이 낡은 옷감을 연상시킨다는 것에서 왔다. 밥 위에 얹어 먹으면 한국의 소고기장조림 덮밥과 비슷한 느낌이다. 든든하고 감칠맛이 있어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타말레스 (Tamales) — 바나나 잎에 옥수수 반죽과 고기를 싸서 찐 음식으로, 한국의 떡과 유사한 식감이다. 파나마식 타말레스는 다른 중미 국가에 비해 크기가 크고 촉촉하다.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특히 많이 먹지만, 시장에서는 연중 판매한다. 닭고기 또는 돼지고기 필링이 일반적이며, 올리브와 건포도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아로스 콘 폴로 (Arroz con Pollo) — 닭고기 볶음밥으로, 한국의 치킨볶음밥과 가장 유사하다. 사프란이나 아치오테로 노란색을 내며, 콩과 플랜틴과 함께 나온다. 폰다에서 가장 무난한 선택이며, 입맛이 까다로운 여행자도 만족할 수 있다. 스페인어를 전혀 몰라도 'arroz con pollo'만 기억하면 어디서든 주문 가능하다.
라스파오 (Raspao) — 파나마의 빙수다. 갈아낸 얼음 위에 형형색색의 시럽을 뿌린 것으로, 타마린드, 구아바, 코코넛 등 열대 과일 맛이 있다. 길거리 카트에서 $1에 살 수 있으며, 더운 날에 완벽한 간식이다. 연유를 추가하면 한국 빙수의 연유맛과 비슷한 달콤함을 즐길 수 있다. 현지인들은 연유와 초콜릿 시럽을 동시에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현지인의 비밀 팁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실제로 파나마시티에서 생활하면서 알게 된 팁들을 공유한다. 특히 한국인 여행자가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달러를 쓰지만 동전은 다르다. 파나마의 공식 화폐는 발보아(Balboa)이지만, 미국 달러와 1:1로 고정되어 있어 미국 달러를 그대로 사용한다. 지폐는 미국 달러 그대로이고, 동전만 파나마 자체 디자인이 있다. 미국 동전과 파나마 동전이 혼용되므로 처음에는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크기와 가치가 동일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 한국에서 미국 달러를 환전해 가면 별도 환전이 필요 없어 편리하다. $20 이하 소액권을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은데, $50이나 $100짜리를 내밀면 거스름돈이 없다고 거절하는 가게가 꽤 있다.
에어컨 중독에 주의하라. 파나마인들은 에어컨을 극단적으로 세게 튼다. 쇼핑몰, 식당, 대중교통 안은 한겨울 수준으로 춥다. 반드시 얇은 긴팔이나 가디건을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한다. 밖은 33도, 안은 18도인 온도 차이에 감기 걸리는 여행자가 정말 많다. 한국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열대니까 반팔만 챙기면 되겠지'하는 것인데, 절대 아니다. 메트로 안에서 30분만 있으면 닭살이 돋을 정도다.
택시는 미터기가 없다. 파나마시티의 일반 택시(노란색)는 미터기 없이 협상제로 운영된다. 탑승 전에 반드시 가격을 정해야 하며, 관광객에게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시내 이동은 보통 $3-5가 적정하다. 우버가 택시보다 30-40% 저렴하고 가격이 투명하므로, 우버 사용을 강력히 추천한다. 인드라이버(InDriver)라는 앱도 있는데, 승객이 가격을 제안하는 방식이라 더 저렴할 수 있다. 스페인어를 못하는 한국인에게 앱 기반 교통수단은 언어 장벽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열대성 소나기는 30분이면 끝난다. 우기에 방문하면 매일 오후 스콜을 만나게 된다. 한국의 소나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차게 내리지만, 대부분 30분 이내에 그친다. 접이식 우산보다는 판초나 방수 재킷이 실용적이다. 비가 올 때는 가까운 카페나 쇼핑몰로 피하면 되고, 이 시간을 커피 타임으로 활용하면 여행 리듬이 자연스러워진다. 현지인들은 비가 오면 그냥 지붕 아래에서 기다리며 수다를 떤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수돗물은 안전하다. 파나마시티의 수돗물은 중미에서 드물게 음용 가능한 수준이다. WHO 기준을 충족하므로 페트병을 계속 살 필요가 없다. 단, 산블라스 같은 섬 지역이나 시골에서는 생수를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텀블러를 가져가면 환경도 보호하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한식이 그리울 때. 파나마시티에는 정통 한식당이 거의 없다. 하지만 차이나타운(엘 도라도 지역) 근처에 아시아 식품점이 몇 곳 있어 라면, 김치, 고추장 등 기본적인 한국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슈퍼마켓 리바(Riba Smith)에서도 간장, 참기름, 쌀 등을 찾을 수 있다. 장기 체류 시 에어비앤비에서 직접 요리하면 식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 한국 라면을 아시아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가격은 한국보다 2-3배 비싸지만 향수를 달래기에는 충분하다. 일식 레스토랑에서 초밥이나 라멘을 먹는 것도 대안이다.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파나마시티의 많은 식당과 상점이 일요일에 문을 닫거나 단축 영업한다. 관광지와 쇼핑몰은 영업하지만, 현지 식당과 개인 상점은 쉬는 곳이 많으므로 일요일 일정은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일요일에는 카스코 비에호 구경이나 쇼핑몰 방문을 넣고, 맛집 투어는 평일로 잡는 것이 현명하다.
팁 문화. 레스토랑에서는 보통 10%의 서비스 차지가 자동으로 청구서에 포함된다. 추가 팁은 의무가 아니지만, 서비스가 좋았다면 5-10% 정도 더 남기는 것이 예의다. 택시 기사에게는 팁을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투어 가이드에게는 $5-10 정도의 팁이 적절하다.
스페인어 기본 표현을 외워가자. 파나마시티의 관광지에서는 영어가 어느 정도 통하지만, 로컬 식당이나 택시에서는 스페인어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Cuanto cuesta?(얼마예요?)', 'La cuenta, por favor(계산서 주세요)', 'Muy rico(맛있어요)' 정도만 외워가도 현지인의 태도가 확 달라진다. 한국인이 서툰 스페인어로 말하면 대부분 좋아하며 더 친절하게 대해준다.
교통과 통신
공항에서 시내까지
토쿠멘 국제공항(Tocumen International Airport, PTY)은 시내에서 약 25km 떨어져 있다. 2023년에 새 터미널(T2)이 개장해 시설이 현대적이고 깨끗하다. 한국에서 올 경우 미국 환승을 거치므로 이미 미국 입국 심사를 마친 상태라, 파나마 입국 심사는 비교적 간단하다. 이동 옵션은 다음과 같다.
- 우버: $15-25 (시간대와 목적지에 따라 다름).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다. 공항 도착층에서 우버를 호출하면 지정 픽업 존에서 탑승한다. 밤 12시 이후에도 우버 기사가 충분하다. 앱에 목적지가 표시되므로 스페인어를 못해도 의사소통 문제가 없다. 시내까지 러시아워에는 1시간 이상 걸릴 수 있으니, 오전 7-9시나 오후 5-8시에 도착하는 항공편이라면 시간 여유를 두자.
- 공항 택시: $30-35 정가. 공항 출구에서 바로 탈 수 있어 편하지만 우버보다 비싸다. 미리 공항 카운터에서 바우처를 구매하는 시스템이라 바가지를 당할 걱정은 없다. 짐이 많거나 새벽에 도착할 때 편리한 옵션이다.
- 메트로버스: 공항에서 메트로역까지 연결하는 셔틀이 있으며, $1.25로 가장 저렴하지만 짐이 많으면 불편하다. 배낭여행자에게 적합하며, 메트로로 환승해 시내까지 이동할 수 있다.
시내 교통
메트로: 파나마시티 메트로는 깨끗하고 에어컨이 잘 나오며, 요금이 $0.35로 매우 저렴하다. 1호선과 2호선이 운행 중이며, 주요 관광지와 쇼핑 지역을 연결한다. 한국의 교통카드와 유사한 충전식 카드(메트로버스 카드)를 구매해야 하며, 역 창구에서 $2에 카드를 발급받고 원하는 금액을 충전하면 된다. 이 카드로 메트로와 시내 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카드가 없으면 탑승이 불가능하므로, 첫날 바로 구매하는 것이 좋다. 출퇴근 시간(7-9시, 5-7시)에는 상당히 혼잡하므로 관광객은 이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서울 지하철에 비하면 노선이 단순해서 길을 잃을 일이 없다.
우버와 인드라이버: 파나마시티에서 가장 편리한 이동 수단이다. 시내 대부분 구간이 $3-8 수준이며, 에어컨이 되는 깨끗한 차량을 탈 수 있다. 인드라이버(InDriver)도 많이 사용되는데, 이 앱은 승객이 가격을 제안하고 기사가 수락하는 방식이라 우버보다 10-20% 저렴한 경우가 많다. 와제(Waze)를 네비게이션으로 사용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두 앱 모두 한국에서 미리 설치하고 결제 수단을 등록해두면 도착 즉시 사용할 수 있다.
버스: 알브룩 터미널(Albrook Terminal)이 파나마시티의 버스 중심지다. 시외 버스는 모두 이곳에서 출발하며, 엘 바예($4.25), 콜론($3.50), 다비드($15) 등 주변 도시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시내 버스(메트로버스)는 에어컨이 잘 나오고 $0.25로 매우 저렴하지만, 노선을 이해하기 어렵고 구글맵에 정확히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관광객에게는 비추천이다. 시외 버스는 장거리 이동 시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어 배낭여행자에게 추천한다.
통신
SIM 카드: 공항 도착 로비에 클라로(Claro), 틸로(Tigo), 디지셀(Digicel) 매장이 있다. 관광객용 선불 SIM은 $5-10에 구매 가능하며, 데이터 7일 2GB 플랜이 약 $5다. 여권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으며, 매장 직원이 설치까지 해준다. 클라로가 커버리지가 가장 넓어 시외 지역이나 산블라스 근처에서도 비교적 잘 터진다. 데이터가 부족하면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충전 카드를 사서 추가할 수 있다.
eSIM: 한국에서 미리 eSIM을 구매해오면 공항에서 SIM 교체할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에어알로(Airalo), 홀라플라이(Holafly) 등의 서비스에서 파나마 eSIM을 $8-15에 구매할 수 있다. 최신 갤럭시나 아이폰을 사용하는 한국인 여행자에게 가장 편리한 옵션이다. 출발 전에 설치해두고 도착 즉시 활성화하면 공항에서부터 바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 우버 호출이나 지도 검색에 즉시 활용 가능하다.
와이파이: 카페, 레스토랑, 쇼핑몰 대부분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속도도 대체로 양호해서 영상 통화도 가능한 수준이다. 디지털 노마드라면 셀리나(Selina) 호스텔의 코워킹 스페이스($10/일)나 카스코 비에호의 카페들이 작업하기 좋다. 스타벅스도 여러 곳에 있어 익숙한 환경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유용한 앱
- Uber — 택시 대용, 파나마시티 여행의 필수 앱. 한국 계정 그대로 사용 가능
- InDriver — 가격 협상형 택시 앱, 우버보다 10-20% 저렴한 경우가 많음
- Waze — 파나마에서 구글맵보다 정확한 내비게이션. 교통 상황 반영이 뛰어남
- PedidosYa — 음식 배달 앱으로, 한국의 배달의민족과 유사. 숙소에서 편하게 주문 가능
- Google Translate — 스페인어 오프라인 번역 팩을 미리 다운로드하면 데이터 없이도 사용 가능. 카메라 번역 기능으로 메뉴판 읽기에 유용
결론
파나마시티는 역사, 자연, 음식, 현대 도시의 매력을 모두 갖춘 놀라운 여행지다. 500년 된 유적지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세계적인 운하를 관람하고, 열대 우림에서 원숭이를 만나고, 카리브해 섬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밤에는 루프탑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하루가 가능한 곳이 세계에 몇이나 될까.
한국인 여행자에게 아직은 생소한 목적지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미국 달러 사용이라는 편리함, 중미 최고 수준의 치안, 합리적인 물가, 그리고 압도적인 음식의 다양성까지. 최소 3일이면 도시의 핵심을 볼 수 있고, 5일이면 주변 섬과 자연까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7일이라면 파나마시티를 베이스캠프로 카리브해와 태평양을 동시에 경험하는 완벽한 여정이 된다. 동남아나 유럽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륙을 탐험하고 싶다면, 다음 장거리 여행지로 파나마시티를 진지하게 고려해보길 바란다. 이곳은 미식가에게도, 역사 마니아에게도, 디지털 노마드에게도 각자의 방식으로 매력을 드러내는 다면적인 도시다.